오랜만에 대학로를 나갔다.
원래 코시국 전에는 두어달에 한번 정도는
방문하는 옆동네 번화가였다.
한동안은 거리에 사람도 줄고, 내가 알던
많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인원제한 때문에 공연의 성지임에도
북적이는 인파를 못본지가 몇년은 된 것 같아
한동안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더랬다.
막상 예전에는 길을 지날때마다
"공연 예약하셨어요?"하며 팜플릿을
건네는 걸 싫어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어느순간 그 모습이 그립더라.
사람은 정말이지 간사한 동물이다.
어쨌거나 이번엔 해를 넘기고 오랜만에
대학로에 나갔다. 내가 찾는 제품의 오프라인
매장이 대학로에 있어서 겸사겸사 그 핑계로
외출을 한 것이다.
봄이 온건지. 나도 모르게 세상이 차츰 변하고 있던건지.
대학로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상에, 공연을 기다리는 대기줄도 많다.
내가 알던 그 대학로가 돌아온 모양이다.
정작 나는 공연을 보러다니지도 않으면서
그냥 그 모습이 좋아보였다.
비록 아직 마로니에공원에서 공연이나
연주등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그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은것 같다.
다른의미로 곧 봄이 다가오고 있는것 같다.
조금 늦은 오후. 볼일을 보고 오랜만에 들른
대학로에 들떠 여기저기 매장을 구경하고
다녔더니, 어느새 춥고 배가고프다ㅋㅋㅋ
아직은 일교차가 심해 해가질때면
제법 날씨가 춥다.
아, 뭐먹지....
남편과 부지런히 걸으며 메뉴를 상의한다.
고기 좋아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추천한 메뉴는
구워주는 돼지갈비와 순대국밥 이었다.
나의 최애와 차애메뉴 모두가 나왔다.
나는 정말이지 지극한 육식주의자이고
자기전에 순대 먹고싶다고(특히나 병천순대)
징징거리는 사람이다;
남편은 원래 국물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워낙 국밥충이라 나때문에 가끔 같이 먹어주는데,
이번엔 오랜만에 먼저 순대국밥 얘기를 꺼내준다.
날씨가 생각보다 꽤나 쌀쌀해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나보다.
쓸데없는 고민은 그저 내 배만 더 고프게 만들뿐이다.
나는 메뉴를 결정함에
주저함따윈 없다ㅋㅋㅋㅋㅋ
"여보, 오랜만에 순대실록 가자!"
단골이라고 하기엔 일년에 한 두번 간다.
그렇지만, 대학로에 나올때면 늘 외식메뉴로
거론되는 순대신록에 오랜만에 왔다.
건물 2층에 자리한 넓은 매장안은
순대집 치고 아주 고급지고 단정하다.
메뉴는 기본 순대국밥과 순대볶음, 수육 등등
보통의 가게들과 비슷하게 시작하나
시래기순대국이나 순대스테이크, 오징어순대등
뭔가 남다른 메뉴도 보인다.
특히나 디저트메뉴에 무려 순대초콜릿이 있다.
대체 정체가 뭔지 심히 의심되지만,
그냥 못본척한다.
순대실록은 방송에도 종종 나온 적 있는
유명한 곳인데, 그 이유는 바로 직접 손수 만드는
수제순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외부업체에서 납품받지 않고 직접 만들기때문에
위생 걱정없이 먹을 수 있어 좋다.
나와 남편은 각각 순대국밥 하나씩에
공통메뉴 순대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거의 패스트푸드급의 속도로 순대국밥이
나왔다. 각자 취향에 맞춰 양념을 추가로 넣어
국밥을 튜닝한다. 나는 새우젖 조금에 빨간 양념장
다대기를 더 넣고 후추도 넣고,
들깨가루도 왕창 한스푼 때려넣었다.
그렇다. 나는 아재입맛이다.
이제 밥 반공기 뚝딱 말아 야무지게 먹으면 된다.
춥고 배고픈 와중에 먹으니 꿀맛이다.
말도 없이 코를 박고 절반쯤을 먹었다.
친절한 직원분이 지글지글 철판위에
순대를 올려 가져오고있다.
급히 테이블위를 정리하고, 철판순대를
놓을 자리를 세팅한다.
와, 지글지글 순대가 구워졌다.
순대스테이크라는 메뉴이름에 걸맞게
자르지 않은 통 순대를 마이야르해서
맛깔나게도 구웠다.
스테이크용 나이프와 포크도 야무지게
장비로 세팅되어있다.
찍어먹는 소스는 스위트칠리와
고소한 하얀소스 두가지가 제공된다.
나이프를 들고 탱글탱글한 순대를
스테이크마냥 한조각 잘라본다.
맛있다. 보통의 찜 순대와 달리 수분기가
적어 씹는 맛이 쫄깃하고 고소하다.
물론 입안가득 씹으면 육즙도 팡팡 터진다.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게 이름은 순대실록 이지만, 주 고객층은
학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도 아주 많다.
중장년층도 보인다. 캐주얼하고 단정한
순대전문점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분들은
꼭 한번쯤은 드셔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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