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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는 이야기

델리만쥬 못지않은 옆집의 짜장라면 냄새

by 주니퍼베리 2022. 4. 7.

 

가끔 길을 걷다 우연히 어떤 냄새에 홀리듯
걸음을 멈추어본 적이 있으신지..
코시국을 몇년째 살면서 잊고있을뿐.
시시때때로 우리를 홀리게하는
마성의 냄새가 존재한다.

태초에 지하철역 델리만쥬 냄새라던가..  

횡단보도 신호대기중
폴폴 풍겨오는 포장마차의 떡볶이 냄새라던가...
그리고 또  피시방 옆자리 사람이 시켜먹는
짜장라면의 냄새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마성의 음식들은 정말 냄새가 공격적이다.
미치도록 맛있는 냄새가 난다.

평범한 어느날 늦은 오후께였다.
여느때처럼 문앞에 택배를 두고 간다는
택배 기사님의 문자를 보고 슬그머니
현관문을 조금 열었다. 다리는 몸 안에 두고
팔만 뻗어 뒤적뒤적 택배상자를 챙겼다.
그 잠깐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짜장라면 냄새가 났다.
괜히 혼자 깜짝 놀라 문을 닫았다.

비록  집앞이지만, 몸은 안나갔지만
마스크를 썼어야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맡아진 짜장라면 냄새에
혼자  공격아닌 공격을 당하고 좀 멍했다.
손에는 무엇을 주문했던건지 기억도 안나는
택배박스를 꼭 쥐고 곰곰히 생각했다.
집에 쟁여둔 짜장라면이 있던가.



다행히도 갓뚜기 짜장라면 번들을 사두었던게
기억이 났다. 요즘 4개짜리를 한 번들로

묶어 파는 꼼수로 마치 할인가처럼 판다만은..
그래도 다른 제품들보다는 저렴하고 맛도

좋기에 떨어지면 한번씩 사두고는 한다.
한봉지 야무지게 챙기고 냄비에 물을 올렸다.
물은 300미리 정도로 적게 넣는다.
봉지를 뜯기전 뽀각뽀각 면을 4등분 한다.
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조각낸 면과
야채스프를 탈탈 털어 넣고 면을 반쯤 익힌다.
물 양이 적으므로 젓가락으로 면을 부지런히
뒤집어주는것도 잊으면 안되다.
이제 면이 고슬고슬 풀어지면 과립스프와
조미유를 넣어준다.
그렇다. 이게 내 짜장라면 조리 스타일이다.
물을 꽤나 적게 잡아서 면을 익히고,  중간에
물을 버리지 않고 과립스프를 넣는다.
불은 중약불로 줄이고, 내가 원하는

꾸덕~자작 사이 그 즈음까지 면을 익혀준다.
양념이 냄비바닥에 눌러붇지않게 부지런히
젓가락으로 저어주는건 물론이다.

 

완성된 짜장라면은 커다란 그릇에 담아준다.
음식을 큰 그릇에 여백있게 담으면 뭔가 좀
한정식집 느낌나고 괜히 고급져보인다.

 

순정도 좋지만 약간의 수고를 더하기로 했다.
내 입에 들어가는건 소중하니까!
짜장라면 불을세라 부지런히 후라이팬에
계란후라이를 만든다.
동시에 체다치즈 한장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준다.
어제 갓 담아 아직은 김치보단 무 본연의

맛에 가까운 깍두기도 꺼내둔다.

과정이 길었다. 아니 짧았다.
현관 문틈으로 맡았던 옆집의 짜장라면

냄새 공격을 당한지 10분은 됐을까.
어느새 짜장라면 한그릇 차려두고 행복하게
식탁에 앉아있는 내가 있다.
간만에 반숙 계란후라이도 예쁘게 올렸다.
적당히 녹아내린 체다치즈도

먹음직 스러워보인다.
조금 더 참고 토핑을 올려 짜계치를 만든
내 자신이 기특하다.
역시 먹고싶은걸 만들때 제일
부지런해지는것 같다.
아니 돼지런해지는건가ㅋㅋㅋㅋㅋ

젓가락을 들어 반숙 노른자부터 톡 터트려
짜장라면 면발에 묻혀준다.
그리고 야무지게 한입가득 오물오물.
아. 이맛이지
신선한 깍뚜기도 아삭아삭한것이 행복하다.

옆집사람은 알까ㅋㅋㅋㅋㅋ
덕분에 여기도 짜장라면 먹고있다는 사실을...

아, 이거 다 먹고나선 잠시 잊고있던(?)

택배박스를 뜯어봐야겠다.
뭐를 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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