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 채널을 영혼없이 돌리다보면
가끔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를
발견할때가 있다.
반갑게도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그시절, 내가 꽤나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가 재방송 중이다.
(얼마전 여기 남주께서 결혼을 하셨다.
아내분과 행복하세요, 남주님)
드라마 기준 노처녀로 나오는 삼순이는
무려 유학파 출신 전문 파티시에다.
그래서 드라마에는 지금봐도 고급진
각종 디저트들이 많이 나온다.
보다보니 내용보단 잿밥에 더 관심이 간다.
그래도 그럭저럭 옛 기억을 더듬어
줄거리를 회상하며 잘 보고있었는데....
아, 디저트는 참아도 비빔밥은 못참겠다.
여러모로(?) 서럽고 짜증나는
상황에 처한 삼순이가
양푼가득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었다.
보는 나까지 감정 이입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삼순이다.
그러니 나도 비빔밥을 만들어서 먹어야한다.
자로고 비빔밥은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으로
대충 만들어서 먹는게 국룰이다.
비빔밥 하나 만들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물을 새로 만드는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나는 하수다.
큰 그릇에 나물 가득넣고 계란후라이
하나 올려 야채비빔밥을 만들어먹고싶다.
근데, 집에 만들어둔 나물반찬이 없다.
어쩌겠나. 전부 새로 만들어야한다.
이럴때만 세상 부지런하다.
《 재 료》
표고버섯, 무, 시금치, 콩나물, 적상추
각종 양념, 밥, 참기름, 고추장
1. 따로 조리가 필요없는 상추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탈탈 털어주고
대충 잘라둔다.
2. 건표고를 물에 불려 통통해지면
적당히 물기를 짠다.
후라이팬에 표고버섯을 넣어주고
진간장1, 설탕0.5,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볶아준다.
3. 무는 곱게 채를 썰어 소금에 잠시 절여둔다.
무가 흐물흐물해지면, 무에서 나온
수분을 따라버린다.
다진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약간의 설탕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둔다.
4. 시금치는 밑동을 잘라 손질하고
흐르는 물에 서너번 깨끗이 씻는다.
냄비에 물을 준비하고 소금을 물에 조금 넣어준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밑동부터 물에 넣어
시금치가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 데친다.
데친 시금치는 찬물에 넣어 헹궈주고
물기를 꼭 짜준다. 다진마늘, 소금, 참기름,
통깨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준다.
5. 콩나물을 손질해서 물에 헹궈준다.
냄비에 손질된 콩나물을 넣고 자작하게 물을 넣는다.
이때 냄비뚜껑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어두거나, 계속 덮어두거나 해야한다.
중간에 열었다 닫았다 하면 콩나물 비린내가 난다.
센불에서 5~7분정도 취향에 맞게 익혀준다.
다 익은 콩나물을 건져서 고춧가루, 소금, 다진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섞어준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이 모두 준비됐다.
이제 집에있는 대접중에 가장 큰 그릇을
준비해야한다.
양푼이 있다면 무조건 그걸 써야한다.
밥은 평소 먹는 한공기 분량을 넣는다.
그러면 기분탓이겠지만, 밥 양이 되게 적어보일거다.
큰 그릇을 사용해서 그렇다.
(이때 모른척 반주걱쯤 더 넣어준다ㅋㅋㅋㅋ)
후라이팬에 계란후라이를 만든다.
집중해서 반숙으로 부쳐준다.
준비된 나물을 밥위에 동그랗게 둘러주고,
반숙 계란후라이를 중간에 올린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야채비빔밥의 화룡점정을 담당할
고추장과 참기름을 야무지게 챙겨 식탁에 앉는다.
이 한그릇 먹자고, 나물 반찬을 전부 새로 만들었다.
제발 맛있어야할텐데...
고추장 한숟가락, 참기름 휘휘 둘러주고
야무지게 슥슥 비빈다.
한입 가득 야채비빔밥을 입에 넣었다.
이순간 내가 바로 삼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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