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게 먹는 이야기

야채가 가득 들어간 김밥이 먹고싶었다.

by 주니퍼베리 2022. 4. 2.

갑자기 그럴때가 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김밥이 너무너무

 

먹고싶은거다.

 

그것도 밥은 엄청 조금이고

 

야채가 많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런 김밥 말이다.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인다.


잠들기 전 의식처럼

 

유투브 영상을 보고있는 남편에게

 

야채김밥이 먹고싶다고했다.


딱히 놀라워하지 않는다.

 

처음 결혼하고 얼마후일때는  

 

자기전에 침대에 누워

 

종종 먹는 얘기를 하며 온갖 메뉴를

 

읖어대는 나를 신기해했었다.

 

군대 생활관가면

 

나같은 애들(?)이 되게 많다고 했었다.

 

이젠 그냥 익숙해진건지,

 

내일 김밥 사먹자며 야밤에 식욕 터진

 

나를 담담하게 진정시킨다.

 

잠들기 직전까지 김밥 생각을

 

했던것같다.

요즘 배달비가 참 이슈다.

 

코시국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배달음식을 많이 먹게되었다

.

그리고 적게는 천원에서

 

많게는 오천원 이상 실시간으로

 

배달비가 올라가는 체험을 했다.


김밥이 먹고싶은 나는

 

우선 배달어플부터 찾았다.

 

역시나, 김밥값이나 배달비나 비슷하다.

 

최소주문가격까지 맞추려면

 

만원대 중반을 훌쩍 넘겨야

 

주문이 가능한곳이 대부분이다.

 

김밥 한줄 먹고싶은데

 

만오천원이 시작이라니..

 

내 기준엔 너무 비싸다.


차선책을 찾아본다.  

 

김밥집에 직접가서 사먹을것인가.

 

내가 살고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김밥집은 김가네김밥이고,

 

편도 15분 왕복 30분은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있다.


나는 그저 야채 가득한 김밥

 

한줄이 먹고싶을뿐이었다.  



배달과 동네김밥집이라는

 

선택지에는


내가 원하는 정답이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본다.

 

어제 무쳐두었던 시금치나물이

 

통에 들어있다.

 

야채칸에는 반쪽짜리 당근과

 

양배추가 있다.

 

계란도 몇알 보인다.

 

샌드위치용 햄과 치즈도 남아있다.


어라?

 

대충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뭔가가 나올것 같다.  


김밥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김과 단무지 그것만 어찌 해결하면

 

김밥 비스무리한것을

 

만들 수 있을것 같다.


지갑을 챙겨들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가본다.

 

즉석 부분에서 단무지를 찾았다.


김밥용 단무지는 물론 없었다.

 

대신 컵라면 먹을때 필요한

 

꼬마단무지가 있길래

 

냅다 집어들고본다.

 

이번엔 김이다.

 

조미김 정도를 예상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는데,  

 

의외로(?) 비비고김밥용김이

 

있는것이 아닌가!!


'비비고에서는 김밥용 김도

 

파는구나.'하는 대기업의 침투력에

 

감탄하며 그것도 한봉지 집어들었다.

 

됐다.

 

이거면 김밥이 가능하다.

 

나는 한껏 후련한 마음으로

 

김밥의 단짝친구,

 

영혼의 소울메이트

 

컵라면 하나를 추가한뒤 계산을 마쳤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김밥만 싸면 된다.


냉동실에 소분해 얼려둔

 

흑미잡곡밥을 전자렌지에

 

돌려 따끈하게 만든다.


참깨 솔솔 뿌리고,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양념밥을 만들어둔다.

 

벌써 냄새가 다했다.


당근과 양배추를

 

채썰어둔다.

 

어제 먹다 남겨둔

 

시금치나물도 꺼내둔다.

 

샌드위치 해먹고 남은

 

슬라이스햄 서너개를

 

적당히 채썰어둔다.

 

편의점에서 구입해온

 

꼬마단무지도 채썰어둔다.  

 

이제 계란만 부치면 끝이다.


계란은 딱 1알만 후라이팬에 부친다.

 

적당히 익었을때 안에

 

체다치즈도 한장 넣어주고,

 

대충 계란말이 모양으로 접어준다.

 

 



이제 김밥을 말아보자.


김발에 김밥용 김을 올려준다.

 

밥은 한주먹 가득

 

넓고 고르게 펴주고

 

준비된 재료를 골고루 올려준다.

 

첫번째 김밥은 남편 김밥이라

 

밥 많이, 햄은 조금 더 넣고,

 

야채는 조금 넣어 돌돌 말아준다.


이제 내 김밥차례,

 

어제부터 먹고싶었던

 

야채김밥을 만든다.

 

김 위에 밥을 아주아주 얇게 깔아주고

 

남은 재료를 몽땅 다 넣는다.

 

야채가 남편 김밥의 3배쯤 되는것같다.


속재료가 많다보니

 

단단하게 말기가 어렵다.

 

어찌어찌 김밥 2줄이 완성했다.

얼마만에 집에서 김밥을

 

말아본건지 까마득하다. 

 

의외로 재료준비나 과정은 쉬웠다.

 

그냥 그동안 내가 김밥 만들기가

 

귀찮았었나보다.


이번에 어쩌다보니 식욕이

 

그 귀차니즘을 이겨냈을뿐.

편의점에서 같이 사온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두고,

 

김밥 썰 준비를 한다.


참기름 한방울 김밥위에 슥슥

 

발라주고 자신감 넘치는 스냅으로

 

김밥을 잘라준다.


오- 야매로 대충 만든 김밥같은데  

 

모양이 나름 예쁘다.

 

흑미를 섞은 밥도 꽤 그럴싸하다.


사실 김밥 옆구리가 안터진점에서

 

그냥 모든게 만족스러웠다.


내김밥, 남편김밥 따로 구분해

 

접시에 올려담고

 

컵라면과 김치통을 꺼낸다.

김밥의 첫입은 뭐다?


냅다 꼬다리 하나를 입안 가득 넣고본다

.
이거지. 내가 원하던 그 맛이다.

댓글